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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1-13 15:28

강원랜드 슬롯머신 규칙 ⊙ 체리게임바둑이 ⊙

글쓴이 : 박윤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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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기계 ㉬ 릴게임갓 ㉬♬ 0.ryg151.top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 서울 당산동 사무실엔 그가 12년간 직접 간여한 정인이·시우·효임이 등 아동학대살해 사건 희생자의 사연을 담은 시위 피켓과 시민 서명, 탄원서와 사건 자료들이 즐비하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피고 이△△을 아동학대살해죄로 징역 30년에 처한다.”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법정. 2023년 2월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사망한 시우(12)군 사건의 피고인 계모 이모씨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방청석에서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시우는 홈스쿨링을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했다. 고급 인테리어의 40평대 아파트에서 새벽부터 꿇어앉아 성경 필사를 했다. 몸에는 멍 자국과 쇠붙이에 찔 적금금리비교 린 상처가 수백 개. 입 안 화상으로 음식을 삼키지 못해 체중이 8세 어린이 정도인 29kg이었다. 사망 전날 몰래 편의점을 찾아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음료를 사서 마셨다. 그 잘못으로 16시간을 커튼에 묶여 폭행당하다 숨졌다.
당초 1·2심에선 계모의 ‘학대치사’만 인정돼 징역 17년이 나왔다. 이에 대법원이 “아이가 죽을 줄 알면서도 카드연체금 학대를 지속한 살해의 미필적 고의를 따지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 고법에서 다시 살인죄로 심리하게 한 사건이다.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2023년 2월 숨진 인천의 초등학생 시우군(12)의 친모 김모씨가 시위하는 모습. 계모는 당초 학대치사로 17년형을 받았으나, 시 수출신용보증 민들의 연대 시위 끝에 지난 7일 고법에서 살인죄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이날 시우의 친모 김모씨와 나란히 앉아 판결을 듣던 공혜정(56)씨는 붉어진 눈가를 훔쳤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대표다.
그는 협회 회원들과 함께 2년에 걸쳐 시우의 비통 새마을금고 금리 한 사연을 알려 여론전을 벌이고, 검찰 공소장을 학대치사에서 살인죄로 바꾸게 하고, 대법원에 시민 진정서 수천 통을 보내 판결을 뒤집은 인물이다. TV 드라마처럼 ‘지옥에서 온 판사’가 현실에 있다면, 아마도 이 열혈 아줌마를 닮았을 것이다.
아이들 피로 써가는 아동학대법
시우 사건은 공 대표가 2013년부터 현장을 뛰며 공군 직업군인 이슈화시킨 아동 학대 사건 100여 건 중 하나다. 어린 영혼들은 자신을 위해 싸워줄 보호자가 없거나 미약했다. 가해자들은 손쉽게 처벌을 피해갔다. 하지만 공 대표가 사람을 모아 사법 정의를 외친 12년간, 아동 학대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법이 생겼고 판례가 바뀌었다.
-이 일에 처음 뛰어든 게 언제인가요.
“2013년 울산 서현이 사건 기억하세요? 서현이는 계모의 폭행으로 허벅지 뼈가 두 동강 나고 손발 화상으로 피부 이식을 해야 했어요. 초등 2학년, 학교 소풍 가야 할 날 생니가 뽑히고 갈비뼈 16대가 부러져 숨졌죠.”

2013년 초등학교 2학년 학교 소풍날, 집에 갇혀 계모에게 폭행당해 숨진 서현이의 X레이 사진.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허벅지가 두동강 나고, 갈비뼈 16대가 부러졌다. /연합뉴스

-어떻게 간여하게 됐죠?
“건조한 신문 기사로 봤다면 저도 다른 이들처럼 혀 한번 차고 잊어버렸을 겁니다. 그런데 서현이 친모가 알고 지내던 분이었어요. 마트에서 장 보려고 카트 끌고 가다 전화를 받은 그 날이 잊히지 않아요. ‘우리 애가 잘못 됐대요… 언니 혹시 탄원서 쓰는 법 아세요?’ 묻더군요.”
-탄원서 써준 게 시작이군요.
“저도 모르니 공부했죠. 알아볼수록 황당했어요. 당시 아동학대치사 형량은 5년 이하 징역이 대부분이었어요. 계모 박씨가 ‘훈육했을 뿐 죽이려 한 게 아니다’란 반성문을 재판부에 내고, 남편(서현이 친부)에겐 ‘교도소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겠다’는 편지를 썼더군요. 법이 솜방망이니 우습게 안 거죠. ‘이게 왜 살인이 아니야?’ ‘무슨 법이 이래?’ 화가 났어요. 사람을 더 모아 싸워야겠다 싶었습니다.”
-원래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저는 법과 상관없던 사람이에요. 교육학과를 나와 기업에서 마케팅·홍보 일 하며 남매를 키웠어요. 서현이 사건이 터진 시점은 제가 청소년 진로 계발 관련 사업체를 세워 경남도청 사업을 수주한 때였어요.”
억울한 죽음… 사업계획서는 쓰레기통에
-내 일이 아니면 나서기 쉽지 않은데요.
“이웃에서 일어나는 비상식적인 일을 외면하면서 돈 버는 게 다 무슨 소용이냐 싶더군요. 사업제안서를 다 쓸어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직업이 바뀐 순간이군요.
“울산 동네를 돌며 서현이와 계모의 평소 행적에 대해 주민 진술서와 살인죄 요구 서명을 받고, 시위대를 조직해 검찰과 법원 앞으로 갔어요. 서현이 친모는 혹여 잘못될까 봐 제 집에서 석 달을 지내게 했고요.”
-의협심이 강한 성격입니까?
“전혀요. 저 착한 사람 아니에요. 사명감에 불타 본 적 없고요. 시민운동은 정치 야심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여겼지요. 그런데 ‘법이 몰상식하다’는 분노에 가만있을 수 없었어요.”

경남 지역의 평범한 사업가였던 공혜정씨는 '울산 계모' 사건에 분노해 네이버 카페를 만들며 전국구 시민 운동가가 됐다. 2014년 울산지법 앞에서 서현이를 죽인 ‘울산 계모’ 관련 시위를 이끄는 모습. 아동학대 사건에서 처음 살인죄가 인정,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그 전까지 아동학대살해 사건의 표준 형량은 '5년 이하'였다. /뉴스1

-분노가 에너지가 됐군요.
“처음 만든 시위 피켓엔 살면서 생각해본 적 없는 문구가 술술 적혔어요. ‘울산 계모를 살인죄로 처벌하라’ ‘아동 학대 신고 의무를 강화하라’ ‘우리도 죄인입니다’…. 소풍 못 간 서현이를 기려 ‘하늘소풍’이란 네이버 카페를 만들고, 계모 신상과 아이 부검 사진 등 언론이 보도 못 하는 사건 진상을 날것 그대로 올렸습니다. 진정·시위 규모가 기하급수로 늘어났어요.”
성난 여론에 놀란 울산지검은 기소 사유를 학대치사에서 살인죄로 변경했다. 아동 학대 사건 사상 최초의 살인죄 기소였다.
공씨 일행은 상경해 국회 앞에서 아동 학대 가해자를 엄벌하는 법을 만들라고 시위했다. 국회는 아동학대특례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듬해 법원은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 아동을 사망케 한 사건에서 처음 살인죄를 인정, 계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전국을 뒤집은 “정인아 미안해”
이 온라인 카페는 2018년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로 발돋움, 억울한 사건이 모이고 퍼지는 창구가 됐다.
아이들 사연이 강타할 때마다 법은 숨 가쁘게 다시 쓰였다. 보육기관마다 CCTV가 설치됐고,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가 자동 선임됐으며, 아동학대살해죄와 아동학대살해미수죄가 신설됐다. 불과 10여 년 전 아동 학대 살해의 표준 형량이던 5년 형은 이제 30년 형 이상으로 뛰었다.
-가장 강력히 여론을 환기한 아이가 정인이지요?
“맞아요. 2020년 10월 ‘서울 양천구에서 30대 양부모가 키우던 16개월 아기가 멍투성이로 숨졌는데, 학대 신고가 세 번 있었지만 경찰이 모두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는 단신이 떴어요. 경찰은 ‘애가 혼자 소파에서 떨어졌다’는 양모 말만 듣고 학대치사로 불구속 수사 중이었고요.”

지난 2022년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이를 추모하며 엄벌 촉구 탄원서에 서명하고 있다. 정인이는 2020년 1월 서울 양천구의 가정에 입양돼,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폭행 당하다 그해 10월 16개월 나이로 죽었다. 양모는 35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뉴스1

-코로나 때라 묻히기 쉬웠을 텐데요.
“수사기관이 뭉개면 언론도 파헤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우리 회원 하나가 ‘양모 장씨를 안다. 애가 죽었는데 웃고 돌아다니더라’며 연락해왔어요. 회원 상당수가 아이 키우는 부모라 이런 걸 남의 일처럼 못 여겨요. 전국의 ‘방구석 탐정’들이 행동에 돌입했습니다.”
-사건 디테일이 생생하게 알려지면서 공분을 키웠습니다.
“양부모 주변과 소셜미디어를 털었어요. 입양을 장려하는 TV 프로에 출연하면서 썩은 이유식을 먹였다든가, 정인이가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받는 동안 어묵을 공동 구매했다든가, 아이 사망 이틀 후 양모 부친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든가…. 어린이집 원장의 증언, 학대 모습이 담긴 CCTV 등 제보가 쏟아졌어요. 정인이 위탁가정에서 입양 전 사진과 동영상을 받아 공개한 게 결정적이었어요. 막연했던 피해자가 ‘내 자식 같은 예쁜 아기’로 현실감 있게 다가오자 여론에 불이 붙었습니다.”
2021년 정초부터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가 국내외를 휩쓸었다. 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고,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정인이법’을 발의했다. 진정서 수십만 장이 쏟아졌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1심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모는 35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장(맨 앞)과 회원들이 2021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청원하는 국민 진정서가 담긴 박스를 접수하려 이동하고 있다. 경찰이 뭉갰던 사건을 이 협회 회원들이 직접 '수사' '취재'하는 수준으로 파헤쳐 여론을 뒤집어놨다. /뉴스1

뻔뻔한 가해자, 울지 않는 피해자
-법정에서 아동 학대 가해자를 많이 보셨죠. 특징이 있습니까?
“계층·직업·학력이 다양해요. 의외로 보통 체격에 얌전해 보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픈 척하거나 친자식 키워야 한다며 선처를 호소하지요. 그들의 소셜미디어를 파헤쳐 보면, 다른 아동 학대 사건에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나요’ ‘애가 불쌍해요’ 같은 댓글을 단 경우가 꽤 있어요.”
-정말요?
“정인이 양모가 대표적이고요, 2020년 천안에서 의붓아들 진영이를 여행 가방에 가둔 뒤 그 위에서 뛰고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죽인 계모 성모씨도 그랬습니다. 그런 걸 보면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惡)의 평범성’이 떠올라요. 자신이 남들처럼 평범하고 착하다는 착각에 빠져, 정작 스스로의 악함을 판단 못 하는 거죠.”

2020년 충남 천안 자택에서 9세 의붓아들 진영이을 여행용 캐리어에 7시간 가둬 숨지게 한 계모 성모씨가 구속되는 모습. 성씨는 자신의 두 친자식과 함께 가방 위에서 도합 160kg의 무게로 뛰고, 뜨거운 드라이어 바람을 불어넣고 구멍을 테이프로 막아 진영이가 질식사하게 했다. /뉴시스

-가장 뻔뻔한 이는 누구였나요.
“2020년 여섯 살 조카 성유를 4개월간 때리고 물고문해 죽인 인천의 외삼촌 부부요. 공판 때마다 수의 입은 부부끼리, 방청석의 가족끼리 웃고 떠들며 하이파이브를 했어요. 죄책감이나 수치심은 눈곱만큼도 없더군요. 재력 있는 집안인지 법무법인을 통째 선임, 친자녀를 방패 삼아 출석시키고 성유 친모를 회유해 처벌 불원서를 내게 했어요. 제가 이 일 하며 ‘인간이 아닌 것들’을 많이 봤지만 역대급이었습니다. 결국 20년으로 감형됐어요. 증인석에 선 법의학자가 울분을 토하고, 검사가 울었습니다.”
-21세기에 아동 학대가 계속되는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요즘 가난해서 아이를 굶기는 경우는 없어요. 아동 학대 가해자 85%가 부모예요. 단순 폭력은 남성이 많지만, 사망 사건의 주범은 여성이 훨씬 많아요. 왜일까요? 요즘은 같이 아이 봐주며 갈등의 쿠션 역할을 해줄 대가족과 이웃이 없어요. 육아의 부담은 커졌는데, 보는 눈은 적어진 겁니다.”
-아이가 화풀이 대상이군요.
“아이가 여럿이어도 통상 딱 한 명이 타깃이 됩니다. 집안 내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 희생양’을 설정, 나쁜 애 하나만 잡으면 된다고 몰아가는 거죠. 하지만 학대를 목격한 다른 아이들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됩니다.”

공혜정 대표는 "아동 학대는 피해자가 절대적으로 무력한 상태에서 가해자가 양심과 인간성이 마비되는 '폭력의 에스컬레이팅'을 일으키며 잔혹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반 폭력 살인 사건과 다르다"고 말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아동 학대는 보통 단기간에 끔찍하게 진행되는데, 왜 그렇습니까?
“피해자가 어려서 저항을 못 하니까요. 이게 잘못됐다는 것도 모르고, 도망치지도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죠.”
-피해 아동들 기록을 보면 ‘맞아도 울지 않고 피하지도 않았다’는 구절이 많던데요.
“울거나 피하면 더 맞거든요. 췌장이 끊어진 정인이 동영상을 보면, 퍽퍽 때리는 소리만 나지 아기는 숨소리도 내지 않아요. 피해자의 무력감은 가해자의 양심과 인간성을 마비시켜 폭력의 에스컬레이팅(escalating·증가)을 낳습니다. 바로 이 점이 아동학대가 일반 폭력·살인과 본질적으로 다르고, 더 엄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인간의 법
우리는 시스템을 믿는다. 나쁜 놈은 잡혀가 탈탈 털릴 것이며, 정당한 구형과 선고가 제때 이뤄질 거라 믿고 세금을 낸다.
세상사는 간단하지 않다. 아동학대 사망자는 연 50여 명. 실종·사고사로 위장된 실제 학대사는 그 3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조차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공 대표는 “사람의 법은 천지의 도(道)와 달리 구멍이 숭숭 뚫려 있더라”라고 했다.
-언제 그렇게 느낍니까?
“법이 가해자 편에 설 때요. 죽은 아이들은 말이 없고 인맥도 없죠. 살인자는 반성문을 써내고 변호사와 지인을 동원해 ‘평소 좋은 사람이다’ ’애가 맞을 만했다’고 몰아가요. ‘사회 공동 책임’과 ‘인권’을 들먹이고요. 놀랍게도 그런 것들이 감형 사유가 돼요.”

2022년 친모와 동거인의 방임과 학대로 숨진 가을이. 건강한 아이였으나 건강한 네 살이었던 아이는 맞아서 실명하고, 7kg 정도의 '미라'가 될 때까지(오른쪽 사진) 굶다 숨졌다. 친모는 성매매로 연 1억원 이상을 벌었지만, 일부 인권단체는 '성매매 피해 여성'이라며 옹호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범죄자 인권이 더 중시된다는 건가요?
“2022년 부산에서 친모가 네 살 딸 가을이를 때려 실명시키고 굶겨 죽였어요. 엄마는 매일 배달 음식 시켜 먹는데 가을이는 미라가 됐더군요. 한창 그 사건을 알리는데, 제가 위원으로 있던 부산 모 인권단체에서 ‘친모가 성매매 피해 여성이라 인권이 어쩌고’ 하더라고요. ‘죽은 아이 인권은요?’ 물으니 ‘어려운 문제네요’ 해요. ‘뭐가 어렵죠?’ 하고 그 길로 때려치웠어요. 저는 그런 식으로 사용하는 인권이란 말이 너무 싫어요. 그래서 ‘우린 인권 단체가 아니라 법 바로잡는 단체입니다’ 소개해요.”
-범죄를 사회 탓하는 게 지성이자 진보처럼 돼 있지요.
“툭하면 ‘가난해서, 불우하게 커서, 그 역시 사회적 피해자라서’라고 해요. 가난하면 죄지어도 돼요? 군자연하며 아무 데나 사회 구조 갖다 붙이는, 가해자의 서사 따위는 집어치워야 합니다.”
-모든 사건에 사형을 주장해 오셨죠?
“지은 죄만큼 벌 받는 게 상식 아닌가요. 이런 말 하면 무식한 아줌마들, 멧돼지 떼 취급하더군요. 법의 목적엔 예방과 교화도 있지만 응보(應報·선악에 따른 갚음)의 성격부터 갖춰야 해요. 그러지 못하면 법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게 됩니다.”

지난 12년간 아동학대 사건 100여건을 이슈화시킨 공혜정 대표의 경험을 담은 책 '잊혀지지 않을 권리'가 정인이를 향해 국민들이 보낸 편지와 사진 위에 놓여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요즘 강력한 법 집행이나 사적 제재를 다룬 콘텐츠가 유행합니다.
“그게 정확한 국민의 법 감정이라고 봅니다. 우리 법은 더 평범해질 필요가 있어요. 전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들을 보며 ‘인간의 법은 너무 약하니 죽어서라도 지옥불에 떨어져라’ 빌곤 해요.”
폭력의 대물림 막아야
-당신이 법원 앞에서 수백 명 시위대를 이끄는 모습을 보고 한 방송국 PD는 ‘내가 저 사람한테 안 걸린 게 천만다행이다’ 했더군요.
“어쩌다 참…. 투사처럼 변한 제 모습이 싫을 때도 있어요. 여전히 검안 사진과 부검 감정서 들여다볼 때, 법정에서 살인자와 마주칠 때마다 덜덜 떨려요. 인류애가 사라질 정도예요. 많은 회원이 우울증에 시달리죠. 저도 정신과 치료 여러 번 받았습니다. 가족들도 말리고요.”

공혜정 대표는 아동학대살해범들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주장하는 이유로 "폭력은 반드시 확산된다. 아동학대 단계에서 끊어야 하려면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가해자 처벌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예방 교육과 피해 생존자 돌봄에도 중점을 둘 계획이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그래도 손을 못 떼나요?
“그만두려고 집에 틀어박혔다 회원들에게 끌려 나왔어요. ‘우리가 피해자 편에서 싸우지 않으면 다시 가해자 천국이 된다, 그런 나라에선 언젠가 우리도 억울한 일을 당할 거다’라면서요.”
-죽은 아이들을 위한 복수만이 아닌가요.
“그 아이들만 불쌍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소년범 재판을 본 적 있어요. 대개 문제 가정 출신, 맞고 자랐더군요. 그런 환경을 파보면 실업, 불평등, 소통 단절, 각종 중독 등 온갖 사회 문제가 딸려나와요. 어른들의 스트레스가 깔때기처럼 모이는 곳, 모든 폭력의 종착역은 어린아이들입니다.”
-폭력이 대물림되는군요.
“2019년 자녀를 숱하게 때리고 살인한 친부를 엄벌해달라고 청와대 청원을 올린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1년 반 뒤 바로 본인이 열 살 조카 효임이를 죽여 체포됐어요. 물고문하고 개똥을 먹였는데, 특이하게 그걸 촬영해 놨더군요. 자신이 당한 학대에 몸서리치면서도 그걸 더 가학적으로 진화시킨 거예요. 폭력은 반드시 확산됩니다. 아동 학대부터 근절해야 하는 이유예요.”

지난해 11월 19일 대구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아동학대 예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활동비는 어떻게 마련합니까?
“우린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습니다. 회원 2만여 명이 십시일반 내는 연 후원금 4억원으로 꾸려가요. 턱없이 부족해서 사비도 많이 털었어요. 눈치 안 보고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건 장점이죠.”
-앞으로 계획은요.
“기존 활동을 유지하되 학대 예방 교육으로 초점을 옮기는 중입니다. 경남·전남 지역 학대 피해 아동 400명을 모아 그룹홈을 지원하고 있어요. 멘토를 붙여 함께 여행도 가고요. 이걸 전국으로 확대하는 게 꿈이에요. 아이들 하나하나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려주고 손잡아 주는 게 어른들이 할 일이잖아요.”